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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원] 2023년도 학교법인 가톨릭학원 상임이사 신년사 2022.12.30 1,669
내면의 큰 싸움세상은 선과 악이 서로 다투는 전쟁터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세상의 축소판인 사람의 마음도 비슷한 것 같습니다. 우리 마음속에는 빛과 어둠, 선과 악이 공존하면서 서로 다툽니다. 사람답게 살려면 어둠보다는 빛을, 악이 아니라 선을 택하는 힘든 길을 걸어야 합니다. 한 늙은 인디언 추장이 어린 손자에게 이 길을 가르쳐 줍니다. 추장은 자신의 내면에서 두 늑대 간의 ‘큰 싸움’이 일어나고 있다고 하면서, 이 싸움은 또한 나이 어린 손자의 마음속에서도 일어나고 있다고 말합니다. 추장은 궁금해하는 손자에게 이렇게 설명해 주었습니다.“얘야, 우리 모두의 속에서 이 싸움이 일어나고 있단다. 두 늑대 간의 싸움이란, 한 마리는 악한 늑대로서 그놈이 가진 것들은 화, 질투, 슬픔, 후회, 탐욕, 거만, 자기 동정, 죄의식, 회한, 열등감, 거짓, 자만심, 우월감, 그리고 이기심이란다. 다른 한 마리는 좋은 늑대인데 그가 가진 것들은 기쁨, 평안, 사랑, 소망, 인내심, 평온함, 겸손, 친절, 동정심, 아량, 진실 그리고 믿음이란다.” 손자가 추장 할아버지에게 여쭈었다. “어떤 늑대가 이기나요?” 추장은 간단하게 답하였다. “내가 먹이를 주는 놈이 이기지.”우리는 살아가다 보면 예상치 않은 상황을 만나거나 뜻밖의 어려움과 고통을 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내가 원치 않은 상황이나 고통을 만나더라도 거기에 어떻게 반응하느냐는 나의 선택입니다. 내게 닥쳐오는 상황은 내 힘으로 조정할 수 없지만, 그 상황에 어떻게 대처하느냐는 내가 조정할 수 있습니다. 역경을 당해 절망 속에 주저앉는 사람도 있지만, 그것을 견디면서 튼튼하게 성장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같은 고통을 당하더라도 이웃을 탓하고 하느님을 원망하는 사람이 있지만, 반대로 내적으로 더 성숙해지고 믿음이 견고해지는 사람도 있습니다. 어떤 늑대에게 먹이를 주느냐에 따라 이렇게 결과가 달라지는 것입니다.우리에게 주어진 2023년 한 해 동안 우리 마음 안에서 ‘좋은 늑대’가 튼튼하게 자랄 수 있도록 부지런히 먹이를 주도록 합시다. 사회가 어지럽고 혼란할수록 ‘악한 늑대’에게 먹이를 줄 가능성이 큽니다. 남의 탓, 세상 탓, 여건 탓을 하면서 부정적인 말과 행동을 반복하다 보면 우리 마음 안에서 악한 늑대가 무섭게 자랄 것입니다. 그것도 한 마리가 아니고 여러 마리가 자라납니다. 세상이 어지러울수록 더욱더 깨어 있으면서 의도적으로 노력해야만 ‘좋은 늑대’ 먹이를 구할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사도 바오로의 말씀을 귀담아들으면 좋겠습니다. “언제나 기뻐하십시오. 끊임없이 기도하십시오. 모든 일에 감사하십시오. 이것이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살아가는 여러분에게 바라시는 하느님의 뜻입니다”(1테살 5, 16~18).‘좋은 늑대’에게 부지런히 먹이를 줍시다. 내 말은 줄이고 상대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마음을 열고 다른 이들을 이해하고자 노력할 때, 내 것만 챙기기에 급급하기보다는 조금이라도 나눌 때, 내 가슴에 불평보다는 감사가 더 많은 자리를 차지할 때 내 안에서 ‘좋은 늑대’는 무럭무럭 자라납니다. 그 ‘좋은 늑대’가 여러 마리 새끼를 낳을 수 있도록 부지런히 먹이를 주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세상의 찬바람을 맞으면서 추워 떠는 이들에게 그 늑대 한 마리씩 분양해 줍시다. 그러면 그들은 그 녀석을 보듬어 안고 따뜻하게 살아갈 것입니다.2023년 1월 1일학교법인 가톨릭학원 상임이사손희송 베네딕토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