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일 밴쿠버에서부터 들려왔던 승전보에 17일간 손에 땀을 쥐는 나날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젊은 선수들의 당찬 모습에서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를 엿볼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한 매체를 통해 흥미로운 이야기를 접할 수 있었습니다. 대회 초반 메달을 획득했던 모태범, 이상화, 이승훈에게 가장 먹고 싶은 음식을 묻자 이구동성으로 “라면”을 외친 것이죠.

남자 스피드 스케이팅 500m와 1000m에서 각각 금, 은을 딴 모태범은 한국 빙속의 금메달 갈증을 해결해줬고, 이상화는 여자 500m에서 금메달을 차지하며 아시아 여자 선수 최초로 금메달을 따낸 선수가 됐으며, 이승훈은 아시아 선수 최초로 빙속 5000m에서 은메달을 따낸 데 이어 1만m마저 금메달로 정복했습니다. 그런 선수들이 외친 음식이 라면이라니….
그러나 라면이 맛있다는 것을
부정하는 한국인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KBS <해피선데이>의 ‘1박 2일’ 등의 버라이어티 쇼에서도 없는 찬에 라면만 있어도 모두들 행복하게 식사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고 있으며, 명품 다큐로 큰 인기를 끌었던 MBC
<아마존의 눈물> 제작진도 제일 맛있었던 건 라면이라고 말했으니 말이죠. 그러니 시합을 준비하느라 자극이 덜한 고담백 영양식 위주의 식단의 식사를 해왔을 선수들에게는 라면이 ‘그리운 음식’임이 분명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라면은 왜 그렇게 맛있는 걸까요? 많은 분들이 라면 맛의 비결은 라면 스프에 있다고 말합니다. SBS <일요일이 좋다>의 '패밀리가 떴다!'에서도 라면 스프 조금 가미했을 뿐인데 밍밍하고 애매한 맛의 찌개나 국이 성공적인 요리로 재탄생되는 놀라움을 보여줬듯, 라면 스프는 라면 맛의 핵심입니다.
가장 일반적인 라면의 스프 하나를 만드는 데에도 50여 가지의 재료가 필요 하다고 합니다. 800원짜리 농심 너구리 라면에는 정제염, 조미 양념분, 감칠맛 조미분, 정백당, 포도당, 홍합야채 베이스분말, 향미증진제, 고춧가루, 간장조미 분말, 조미아미노산간장분말, 복합간장조미분말, 분말간장, 오징어조미분말, 해물베이스, 가다랑어분말, 후추가루, 홍합추출물 분말, 마늘베이스, 육맛 조미분, 양파풍미분, 칠리맛풍미분, 칠리맛조미분, 가다랑어조미분, 덱스트린, 양파풍미료, 효모추출물, 매운양념분말, 카라멜색소, 건미역, 오징어맛후레이크, 건파, 건당근, 건다시마 등이 포함돼 있으며, 그 외에도 각 기업만의 노하우가 담긴 ‘비법 재료’가 몇 가지 들어간다고 합니다.
그러나 라면에 흔히 들어 있는 감칠맛을 내는 인공화학조미료(MSG)를 과다 섭취하게 되면 비타민 B6의 결핍을 초래해 무력감, 두통 등을 유발하고 심하면 우울증과 자폐증, 저혈당증을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얼큰한 국물을 좋아하는 한국인의 취향에 맞춰 만들어진 라면에는 나트륨이 과도하게 함유되어 있다는 문제도 있어, 라면은 한국인이 사랑하는 ‘국민음식’이자 ‘불량식품’으로 인식되기도 합니다. 면이 유탕 처리되어 있어 한 그릇에 보통 500kcal를 넘는 고열량 음식이라는 점도 ‘웰빙음식’과는 거리가 있어 보이기도 하구요.

라면을 만드는 기업들도 이런 웰빙 시대 소비자들의 요구를 반영하여 MSG를 넣지 않는 라면, 튀기지 않은 라면, 쌀로 만든 라면 등 다양한 라면을 출시하고 있습니다. 다소 비싼 재료와 짧은 유통기한 등으로 인해 가격은 비싸질 수밖에 없는 웰빙 라면이지만, 그래도 건강에 좋다니 종종 별식으로 먹어볼만 할 것 같습니다.
신세대도 구세대도 좋아하는 음식, 라면. 가장 맛있는 라면이 뭐냐고 묻는다면 배고플 때 먹는 라면, 친구들과 함께 먹는 라면, 추운 데서 먹는 뜨거운 라면, 외국에서 먹는 매콤한 라면 등 다양한 상황 속에서의 라면이 떠오를 것 같습니다. 아마도 라면에는 한국인이 좋아하는 맛뿐만 아니라 정겨움, 그리움 등 우리의 정서도 담겨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